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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오봇과 지질시대 구분, 식물이 말해주는 지구의 시간표

by 고대 식물 화석 연구 2025.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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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오봇(Paleobotany) 연구는 단순히 식물의 진화만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다. 화석화된 식물은 지질시대의 경계를 구분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이 글에서는 고대 식물 화석을 통해 지질시대를 어떻게 구분하는지를 중심으로, 팔레오봇의 지질학적 역할을 살펴본다.

지질시대,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피어난 고대 식물의 흔적

우리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라는 단어를 통해 지구의 오랜 역사를 시간 축 위에 나열하곤 합니다. 이는 단순히 오래된 시간을 구분하기 위한 편의적 구분이 아니라, 지질학적 사건, 생물의 대변화, 기후 변화 등을 기준으로 정교하게 설정된 과학적 체계입니다. 그리고 이 지질시대 구분에서 중요한 열쇠 중 하나가 바로 ‘식물 화석’입니다. 팔레오봇(Paleobotany)은 고대 식물의 구조, 진화, 생태, 분포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그 연구 대상이 되는 식물 화석은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데 매우 유용한 생물학적 지표입니다. 각 지질시대마다 특정한 식물군이 우점했던 특징이 있기 때문에, 지층에서 발견되는 식물 화석의 종류만으로도 그 지층이 어떤 시대에 형성되었는지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고생대에는 씨앗양치식물과 석송류가, 중생대에는 시카드와 겉씨식물이, 신생대에는 속씨식물이 대거 등장합니다. 또한 대멸종 사건 이후 새로운 식물군이 등장하고 빠르게 확산되는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시대의 전환점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단지 과거를 추적하는 것을 넘어, 현재 지구의 생물다양성과 기후 변화의 이해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식물 화석은 단지 생명의 흔적이 아니라, 지질시대라는 거대한 시간의 구획을 분별할 수 있는 과학적 ‘시계’로서 작동합니다. 본 글에서는 팔레오봇 연구가 지질시대 구분에 어떤 식으로 기여하는지를 시기별 식물군 변화, 지층에서의 발견 양상, 주요 전환기 식생 변동 등을 중심으로 고찰해보겠습니다.

 

팔레오봇과 지질시대의 연결 고리

지질시대는 크게 선캄브리아기,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나뉘며, 각 대는 다시 여러 시기로 세분화됩니다. 이 시간 구분은 화산활동, 대륙 이동, 대멸종 사건, 생물 진화 등의 지질학적·생물학적 사건에 기반합니다. 팔레오봇에서는 주로 고생대부터 신생대까지의 식물군을 중심으로 시기를 나누며, 각 시대마다 대표적인 식물 화석을 통해 지질 시대의 경계와 변천사를 설명합니다.

 

1. 고생대 (Paleozoic Era, 약 5억 4천만~2억 5천만 년 전)
- 캄브리아기 ~ 데본기: 식물의 해양생활에서 육상 정착이 시작되는 시기로, 초기 육상 식물인 *Cooksonia*, *Rhynia* 등의 화석이 등장합니다. 관다발 조직을 지닌 최초의 식물로 알려져 있으며, 지층의 데본기 경계 식별에 활용됩니다. - 석탄기(Carboniferous): 식물이 지표를 장악하며 거대한 석탄형성 숲이 형성된 시기입니다. *Lepidodendron*, *Sigillaria*, *Calamites* 등의 대형 식물 화석은 이 시대의 대표적인 지표 식물입니다. 이러한 숲의 확산은 대기의 산소 농도 변화, 이산화탄소 감소 등 지구 환경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 페름기(Permian): 고생대 말기의 대멸종 시기로, 씨앗양치식물과 원시 겉씨식물이 등장하면서 식물군이 크게 재편됩니다.

 

2. 중생대 (Mesozoic Era, 약 2억 5천만~6천 6백만 년 전)
- 트라이아스기: 대멸종 이후 식생이 회복되는 시기입니다. 시카드, 벤네틀리아류(Bennettitales)가 등장하며 새로운 겉씨식물 군이 확산됩니다. - 쥐라기: 소철류, 아라우카리아 같은 거대 겉씨식물이 울창한 숲을 이룹니다. 공룡의 주요 서식 환경을 제공하였으며, 잎 형태와 화분 화석을 통해 지층의 상대적 연대를 구분하는 데 유용합니다. - 백악기: 속씨식물의 출현으로 생물학적 대전환이 일어납니다. *Archaefructus* 등의 초기 꽃식물 화석은 백악기 중기 지층 구분의 핵심 단서가 됩니다.

 

3. 신생대 (Cenozoic Era, 약 6천 6백만 년 전~현재)
- 속씨식물이 지배적인 식물군으로 자리 잡으며, 현대 숲의 기초가 형성됩니다. 고제3기에는 다양한 활엽수, 침엽수 화석이 발견되며, 이들의 화분 조성과 잎 형태는 기후 복원에도 활용됩니다. - 플라이오세, 플라이스토세에는 초원지대 확대와 함께 풀잎 식물 화석의 비중이 커지고,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직접 연관됩니다.

 

4. 팔레오봇과 지질시대 경계
식물 화석은 지질시대 ‘경계층’ 연구에서도 핵심적입니다. - 고생대와 중생대 사이: 겉씨식물의 급격한 등장 - 중생대와 신생대 사이: 속씨식물군의 폭발적 분화 - 신생대 말기: 화분 분포의 급격한 이동 → 빙하기 도래의 지표 이러한 경계에서의 식물군 변화는 대멸종 또는 기후 격변을 반영하는 생물학적 반응이며, 정확한 지질시대 구분의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5. 생물지층학과 식물 화석
팔레오봇은 생물지층학(biostratigraphy)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합니다. 화분(pollen), 잎, 줄기 등의 화석군은 그 시대에만 존재하는 '지표 화석(index fossil)'로 기능하여, 지층 연대 해석에 활용됩니다. - 예: *Glossopteris* (페름기), *Azolla* (에오세), *Fagaceae* (신생대 전기)

 

시간을 기록한 잎사귀, 지질시대의 나침반이 되다

팔레오봇은 단지 식물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구의 긴 시간을 해독하는 해석학이자, 지질시대의 시간표를 짜는 정밀한 시계장치입니다. 식물 화석은 생물 진화의 흐름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지질시대를 구분하고 정의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합니다. 지층에서 발견된 잎 하나, 줄기 하나가 그 지층의 연대를 알려주고, 당시 기후와 환경, 생태적 구조까지 설명해주는 ‘증인’의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팔레오봇은 지질학의 보완도구가 아니라, 지질시대 구분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축이며, 다양한 생물학적·환경적 정보를 제공하는 통합 학문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식물 화석이 발굴되고, 과학 기술이 정밀해짐에 따라 우리는 지구의 시간대를 더 세분화하고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식물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자라며 주변을 기억해왔고, 이제 우리는 그 잎사귀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지구의 역사를 다시 읽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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